기억을 더듬다


지독한 기계치. 가끔 내 자신도 감당 안될 만큼 기계 앞에서만은 한없이 작아지는 나.
결국 사고 쳤다!

적어도 온라인 공간 중에서는 가장 솔직하게 마음을 담아낼 수 있었던 공간인 미니홈피 '게시판'을 떠나고
블로그로 옮겨보겠다고 다짐한지 이미 한 달.

사진을 조금씩 정리해가며 1월의 기억들을 정리해보겠다고 했고, 미루고 미루다 2주 전에서야 엄마와 함께 떠난 첫 해외여행이었던 일본사진부터 정리하자고 마음먹었다. 

그러나 왠걸.

카메라에서 나의(오류로 범벅이 된)놋북으로 사진을 옮기던 중 여행기간 4일 중 첫째날을 제외하고, 여행의 모든 사진이 갑자기 사라지는 (적어도 나에게만은)청천벽력 같은 일이 발생했다. 엉엉 울어도 보고,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해 멍이에게 우는 소리도 해봤건만. 이미 일어난 일이었다.

차라리 그게 끝이었다면 다행인 일이다.

내 실수라기 보다는 고장이 날대로 난 나의 놋북때문이라고 확신한 나는, 이참에 놋북을 포맷시키기로 마음먹었다. 나름 열심히, 그리고 꼼꼼히 놋북에 있던 사진과 문서, 동영상 등을 외장하드에 저장하고 놋북을 멍이에게 맡겼다.

이것이 나의(혹은 나의 놋북의) 두번째 실수였다.
 
옮기던 중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2011년 사진을 모조리 다 담아둔(all pictures)폴더와 music폴더 안 적어도 300곡 이상의 음악이 또 사라진 것이었다. 음악은 그래도 괜찮았다. 그렇지만 사진은......흑..

이건 아니다 싶어, 지난 주말 용산을 찾았다. 지워진 폴더에 담겨있던 사진도 모두 카메라에 있었으니 카메라만 살릴 수 있다면 모든게 (거의)정상화 될 수 있을거라 믿었다. 2011년 전체 사진도, 일본여행사진도.
한 줄기 희망이었던 '데이터 복구 센터' 40분을 기다렸으나-기다리는 시간이 꽤 길어지자 나는 사진 정상화 작업이 진행 중일꺼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.-결국 '안되네요.'라는 말만 돌아왔다.

그래도 아직 포기하진 않았다. 서울엔 더 많은 데이터복구 센터가 있고, 혹여나 그 중 천재적인 능력을 가진 어느 한 군데, 한 직원만은 카메라 사진을 복구 할 수 있을거라 조금은 믿기 때문이다.


*
이번 일을 겪으면서 나를 몇번이나 되돌아 보았다. 
무신경함. 유독 폰, 카메라, 놋북 등의 하드웨어를 홀대하고, 관리에 있어서는 극단적으로 소홀함.

또하나.
기억하지 않으려는 병. 마치 사진이 대신 기억해 줄 것이라 믿는 병적인 생각.
나는 사진이 없으면 그 시간이 나에게 어떠한 의미도 갖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는 걸까. 그렇다면 사진 없이 내 기억이 아무것도 아닌 걸까. -아니, 그렇지 않다. 오히려 사진이 없으며 기억을 더 곱씹고 때론 끄집어 낼 수도 있다. 물론, 사진이 있다면 기억을 떠올리기에 쉬웠을 수도 있겠지만, 진짜는 사진이 아니라 기억이다.

-이제 다시는 무언 갈 이렇게나 허무하게, 그것도 연속으로 잃어버리진 않을 것이다. 내 곁에 있을 것들에, 혹은 사람들에게 후회하지 않도록 지금, 최선을 다해 마음을 기울일 것이다. 그리고, 사진에게 내가 기억해야 하는 부분을 맡겨버리려는 게으름. 이 게으름을 없앨 수록 내 기억들은 더욱 선명해지고 탄탄해질 것이란 생각이 든다. 오히려 사진이 없으면 기억을 더 곱씹고 끄집어내고 싶은 욕구가 강해질테니. 무엇보다 내 기억을 믿자.

무튼 이래저래
나의 조급한 성격에 스스로 많이 나무라고 있는 요즘이다. 집중력 저하도, 당황하면 눈물부터 나려고 하는 나약함도.

이제 새해 액땜도 했겠다 며칠 있으면 올 2월의 학교 졸업식이라는 끝과 회사입사라는 시작을 더 잘 될 것이라는 확신으로 할 수 있을 것만 같다. 앞으로 이글루스에 쓰여질 내 끄적임과 순간과 감정. 그리고 타인들과의 만남이 기대된다.



제 2의 공간,
만나서 반가워. 

:)


 
 

 
   


 

1